언제부터였을까. 삼겹살이 내 귀에 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한 게.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소리는 마치 재즈 드러머가 브러시로 심벌즈를 문지르는 소리 같았고,
가위로 삼겹살을 싹둑싹둑 자르는 리듬은 힙합 프로듀서가 샘플링한 드럼 비트 같았다.
그렇다.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건 하나의 장르이자, 리듬이며, 소울 그 자체다.
그리고 음악이 그렇듯, 삼겹살도 사람을 연결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불판 위의 리듬: 삼겹살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디자인
한 번 상상해보자.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 삼겹살을 올리는 순간, "치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마치 클럽에서 DJ가 새 트랙을 틀 때 나오는 화이트 노이즈 같은 사운드다.
"이제 시작이야!"라는 신호음 같은 거랄까.
그리고 그 위에 가위질 소리가 들어간다.
"칙칙-탁탁!"
어떤가. 벌써 힙합 비트 한 줄이 완성된 느낌이지 않은가?
그리고 잊지 말자. 삼겹살을 뒤집는 순간의 "촥!" 하는 소리.
이건 마치 EDM에서 드롭 직전의 필 인 같은 느낌이다.
한껏 올라간 분위기가 "촥!" 하면서 반전되는 순간,
고기가 한층 더 노릇해지는 동시에 우리의 기대감도 한층 올라간다.
이쯤 되면 삼겹살 굽는 소리만 따로 녹음해서
ASMR이나 Lo-Fi 트랙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삼겹살이 등장하는 노래들: 한국 가요 속 삼겹살의 위상
삼겹살이 그저 먹는 음식이었다면,
어째서 이렇게 많은 가사 속에서 등장하는 걸까?
마미손 - 소년점프 (2018)
"삼겹살에 소주 한 잔, Let’s get it!"
이 짧은 한 줄에서 이미 대한민국의 회식 문화를 다 담았다.
힙합과 삼겹살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비트가 강한 음악만큼이나 강렬한 풍미를 가진 음식이 삼겹살이다.
싸이 - 새 (2001)
이 노래는 원래 삼겹살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그 덕분에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가사가 나오면
자동으로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삼겹살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다.
박군 - 한잔해 (2021)
"한잔해~ 한잔해~!"
이 노래를 들으며 삼겹살을 먹지 않는 것은
마치 클럽에서 음악이 나오는데 가만히 서 있는 것과 같다.
그만큼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감성을 건드리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음악과 삼겹살, 이 둘은 왜 닮았을까?
삼겹살과 음악.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한다.
1) 분위기를 만든다
- 삼겹살이 구워지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한다.
- 음악이 흐르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고, 리듬을 타며 분위기가 살아난다.
2) 사람을 연결한다
- 혼자 삼겹살 먹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원래는 여럿이서 나눠 먹는 음식이다.
- 음악도 그렇다.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 더 큰 즐거움을 준다.
3) 감정을 담고 있다
- 삼겹살은 회식 자리, 이별 후 술자리, 친구와의 소중한 순간마다 함께한다.
- 음악도 그렇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이쯤 되면 삼겹살이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믿을 법하지 않은가?
4. 만약 삼겹살송을 만든다면?
이제 삼겹살과 음악의 관계를 알았으니, 한번 상상해보자. 삼겹살을 주제로 한 노래가 나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EDM 버전
"지글지글 Bass Drop, 치이이익! 소리 질러~!" (불판 위에서 비트가 익어가는 느낌, 다들 소맥 들고 뛰어!)
힙합 버전
"삼겹살 한 판, 내 FLEX는 HOT! 소주 한 병 더, 우린 이미 Rock!" (스웨그 넘치는 회식 비트)
발라드 버전
"네가 떠난 자리엔 삼겹살 연기만 피어오르네…" (이별 후 삼겹살집에서 한숨 쉬는 감성 발라드)
트로트 버전
"한 점 두 점 삼겹살, 기름 좔좔 소맥 말아~!" (어르신들도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트렌디 트로트)
삼겹살은 하나의 음악이다
생각해보면, 삼겹살과 음악은 정말 닮았다.
불판 위에서 춤추듯 익어가는 삼겹살, 치이익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리듬, 집게와 가위질이 만들어내는 경쾌한 비트, 그리고 그 위에 곁들여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까지.
이 모든 것이 모이면,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완벽한 라이브 공연이 된다.
음악이 분위기를 만들듯, 삼겹살도 분위기를 만든다.
음악이 사람을 연결하듯, 삼겹살도 사람을 연결한다.
음악이 감정을 담듯, 삼겹살도 우리의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니, 삼겹살을 먹을 때 그냥 허겁지겁 먹지 말고, 그 리듬을 느끼고, 분위기를 즐기고, 감정을 담아보자.
오늘도 어딘가에서 불판 위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삼겹살 콘서트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